중국인들의 ‘국산 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중국 내 수요 감소와 중국산 브랜드 선호로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중국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던 외국 소비재 브랜드들이 점차 경쟁력을 잃으며 되레 중국 경쟁사의 온라인 판매 전략 등을 모방하는 추세라고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약 5년 전만 해도 중국 브랜드는 낮은 품질과 비효율적인 마케팅 등으로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방송 판매) 산업에 빠르게 적응하고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를 판매에 활용하기 시작하며 세가 급속히 불어났다.
일례로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와 ‘플로라시스’는 2021년 기준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의 합산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렸다. 2017년 온라인플랫폼에서 판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0%에 가까웠지만 중국인의 피부색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절반 수준인 가격에 비해 품질 격차를 크게 좁힌 덕분이다. WSJ는 “같은 기간 로레알 등 다국적 화장품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였다”며 “로레알은 이제야 틱톡을 통한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애국소비(궈차오)'에 적극 동참한 점도 신생 토종 브랜드의 성장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스포츠 용품 브랜드 ‘리닝’이 2018년 뉴욕 패션쇼에서 자국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금색으로 이뤄진 컬렉션을 선보인 뒤 더욱 궈차오 열풍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리닝과 안타스포츠 등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2020년 15%에서 내년에는 2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2021년 ‘신장위구르 지역 면화 불매’를 선언했던 아디다스의 시장 점유율은 19%에서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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