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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손질하면 사교육비 줄어들까…EBS 연계율↑·영어 절대평가에도 '절감 효과 미미''

수능출제와 연계한 과거 정부 대책에도 사교육 계속 증가

"입시 경쟁이 본질…수능만 건드려선 사교육비 못잡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수능’을 강조하면서 사교육비 문제를 거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간 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위해 추진했던 수능 정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 서열화 등이 공고한 상황에서 수능만 건드린다고 사교육비 팽창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19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2007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비는 2007년 20조4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9538억원으로 29.5% 증가했다.

학생 수 효과를 배제하면 사교육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진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월 22만2000원에서 지난해 41만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사교육비는 물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사교육비가 급격히 팽창했다.

사교육비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기간 방역 여파로 학교 대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원격 수업마저 부실하게 운영된 점 등이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부 정책 실패도 사교육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그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몇 차례 수능에 변화를 줬으나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표적 예시로 정부가 2011학년도 수능부터 EBS 수능 교재와의 직접 연계율을 70%로 대폭 인상한 조치가 있다.

2010년 초 교육 당국은 2011학년도 수능부터 EBS와의 수능 연계율을 70%로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EBS가 자체적으로 2011학년도 이전 수능과 EBS 연계율을 분석한 결과 과목별로 30∼50%대에 그쳤기에 연계율을 높일 경우 정책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쏠렸다.

해당 정책은 초창기에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2010년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전년 대비 0.8% 줄었고 이듬해에는 전년과 같은 24만원에 그쳤다. 2012년(23만6000원)에는 1.7% 감소했다.

그러나 2013년(23만9000원)부터 전년 대비 1.3%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4년(24만2000원)에도 1.3% 늘었다.



정책의 핵심 대상층인 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효과가 더욱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다. 2011년에도 같은 수준인 21만8000원이었으나, 2012년 22만4000원으로 2.8%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3년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주최로 열린 '서울교육종단연구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 초·중·고교생 약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교육비 지출이 2010년에는 초·중·고생 모두 EBS를 시청하는 경우 시청하지 않았을 때보다 감소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교육 당국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영억 절대평가를 도입해 사교육비 경감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4년 말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상대평가였던 영어 영역을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정책 역시 사교육비 감소 효과는 거의 없던 것으로 교육계는 진단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발표 이듬해인 2015년 24만4천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했고 2016년(25만6000원)엔 4.9%, 2017년(27만2000원)엔 6.2% 각각 늘었다.

오히려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후인 2018년(29만1000원)엔 7.0%, 2019년(32만1000원)엔 10.3% 등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2015년(7만2000원)부터 지난해(12만4000원)까지 2017년(전년 대비 0%)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처럼 수능을 직접 겨냥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효과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해당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하는 것은 대학 서열에 따른 경쟁 구조 때문"이라며 “수능을 조금 건드린다고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사교육비는 군비 경쟁과 비슷해, 자녀가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멈추는 게 아니라 옆집 자녀가 더 잘하면 우리 집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는 등 무한히 팽창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의 이번 주문으로 교육당국이 당장 사교육 경감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여당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교육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실무 당정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방안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 소장은 “사교육 문제는 결국 채용·임금이 모두 결합한 문제”라며 “종합적인 사교육 방안을 내놓으려면 교육 외적인 방안까지 손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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