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가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국민 MC’로 불리는 인기 연예인이 가해자로 지목되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19일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40분께 타이베이 소방국에 51세의 남성이 자해를 해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남성은 대만의 인기 연예인인 미키 황(黃子?)으로 밝혀졌다. 그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해졌다.
앞서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는 '조피아'라는 사람이 10여년 전 한 유명 연예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 글이 올라왔다.
당시 조피아는 작곡가 지망생으로 17세 때 이미 대만 연예계에서 유명했던 한 남성 MC를 알게 됐는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차 안에서 자신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려다가 사과를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피아는 또 그 남성이 어느 날 타이중 한 호텔로 자신을 초대하더니 미술 전시회에 필요한 사진 촬영이라며 반라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너무 어렸고 어리석었다. 원래 이 모든 일을 함구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최근 전국적인 미투 운동이 일고 가해자가 TV에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자 온몸이 떨리고 참을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다만 조피아는 가해 연예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이 글 속에 담긴 단서를 근거로 황을 지목했고 입장 발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얼마 뒤 황은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리고 해당 가해자가 자신임을 시인했다.
황은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래 불안했다면서 결혼과 출산을 거친 이후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황은 2020년 스무살 어린 여배우 서머 멍(孟耿如)과 결혼했고 지난해 자녀를 낳았다.
황은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래 계속 불안한 마음이었다.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한 뒤부터 달라지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며 “아내는 과거의 일을 모르고 있다.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것을 후회한다”고 회고했다. 또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불륜이 큰 그늘을 안겼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의 글과 영상은 1시간 후 모두 삭제됐고 소셜미디어 계정도 사라진 상태다.
미키 황은 2020년 스무 살 연하의 배우 서머 멍(孟耿如)과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고 있다. 이날 황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멍은 성명을 내고 “오늘 밝혀진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은 좋은 사람, 좋은 연예인,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며 “남편과 함께 실수를 마주 보고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이 아직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대만에서는 넷플릭스 정치 드라마 '인선지인'이 촉발한 미투 운동으로 집권 민주진보당에 이어 다른 당의 정치인과 학자,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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