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필사적인 중동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미국은 중동의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중재하고 있으며 성사될 경우 중동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합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미국은 경제 제재 완화를 대가로 이란과의 핵 협상을 은밀하게 재개하는 등 ‘중동 끌어안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사우디를 방문 중인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북아프리카조정관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예방해 이스라엘과의 수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가 이번주 이스라엘·요르단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직접 중재 중인 가운데 미국 고위 외교 당국자들이 숨 가쁘게 중동을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사우디·이스라엘을 잇는 삼각 협력으로 중동의 패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빈 살만 왕세자를 ‘왕따’로 만들겠다고까지 공언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외교 스탠스를 완전히 바꿨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를 두고 대치해왔으나 모두 미국의 군사 동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산유국들이 미국에 반기를 들고 △3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 바이든 정부가 중동 외교를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과 사우디는 최근에도 리야드에서 대규모 비즈니스 콘퍼런스를 열어 100억 달러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급속히 밀착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암암리에 핵 협상을 진행하는 것 또한 바이든 정부의 달라진 중동 외교 전략 중 하나로 읽힌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란에 경제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핵 협상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미국 주도로 중동 정세를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전략에 난관이 적지 않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 수교의 대가로 민간 원자력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아울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우디와의 수교에 적극적이지만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 ‘미니 딜’에는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중동 정세가 이처럼 복잡한 가운데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 또한 주목되는 부분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텔이 250억 달러를 투자해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면서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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