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바로 옆에 ‘자족형 콤팩트 도시’를 조성한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평택 청약 시장에는 아직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평택은 공급 물량 부담 등의 여파로 아직 청약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다만 분양가가 확실히 저렴한 신혼희망타운이 조만간 분양에 나설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정부의 신규 공공주택지구 발표 다음 날인 16일 1순위 청약을 받은 평택시 장당동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블록’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2.09 대 1에 그쳤다. 1039가구 모집에 2170명이 청약했지만 당해 지역(예비 입주자 모집 수 500%) 청약자 수를 채우지 못해 19일 2순위 청약을 추가로 받았고 최종 경쟁률은 2.66 대 1을 기록했다.
올해 평택에서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3곳이다. ‘고덕자이센트로’가 1순위 평균 경쟁률 45.33 대 1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택화양서희스타힐스센트럴파크’와 ‘힐스테이트평택화양’의 1순위 경쟁률은 각각 0.06 대 1, 0.05 대 1에 불과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계약 체결률 등을 고려하면 2 대 1 수준의 경쟁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블록의 분양가가 먼저 분양한 고덕자이센트로보다 낮았는데도 청약 경쟁률이 한참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고덕자이센트로의 전용 84㎡ 분양가는 4억 5000만~4억 9000만 원대였는데 이 단지는 4억 3000만~4억 8000만 원대로 소폭 낮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평택은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계속 분양이 예정돼 있고 공공택지까지 조성되면 물량 부담이 더 쌓일 수밖에 없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단지가 아닌 이상 청약 수요가 많이 몰리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415가구 수준이었던 평택시 미분양 물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듯하더니 9월 1329가구로 1000가구를 넘어섰고 올 4월 현재 2025가구까지 치솟았다. 1월(1447가구) 대비 40% 급증한 수치다.
다만 직주 근접을 선호하는 젊은 층 수요에 힘입어 일부 단지로는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평택고덕A53블록신혼희망타운’ 잔여분 449가구에 대한 청약을 26~27일 받는데 모두 전용 55㎡이며 분양가는 2억 9000만~3억 1000만 원 수준이다. 주변 전용 59㎡ 시세가 3억 8000만~5억 원까지 형성돼 있어 가격 메리트가 크다는 평가다.
한편 평택 매매 시장 분위기도 청약과 비슷하다.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에듀포레’ 전용면적 84.8㎡는 10일 5억 5500만 원(16층)에 팔렸는데 4월에는 해당 면적이 6억 원대에 두 건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집값이 반등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있다. 현덕면 화양리 ‘e편한세상평택라씨엘로’ 84㎡는 지난해 7월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 4억 5270만 원보다 낮은 4억 4000만 원대에 분양권 최저 호가가 형성돼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여전히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이 상당수 해소돼야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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