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주로 정치인들이 권력을 차지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무분별한 시혜성 공약 또는 정책을 남발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대선 당시 여당 후보가 국민 누구에게나 무조건 몇백만 원을 주겠다고 한 공약이다. 성형·미용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정책인 ‘문재인 케어’도 해당된다.
이러한 ‘퍼주기’만이 포퓰리즘이 아니다. 과도한 혜택과 권리를 보장해주거나 당연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것도 포퓰리즘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친노동 정책과 특정 노조 편애로 노조의 힘이 비대해졌다. 당시 정부와 여당이 노조의 선을 넘는 요구를 수용하면서 노동계에 포퓰리즘이 성행하게 됐다.
일부 노동조합 위원장 후보 또는 지도부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업계의 산업 환경, 경쟁력 등은 외면한 채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공약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의 한 산별노조 위원장에 출마한 후보자는 주 4.5일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산업 특성상 주 4.5일제가 시행되면 영업시간 단축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금융권 근로자의 근무시간과 소비자의 편익을 맞바꾸려는 시도다. 일은 적게 하고 월급은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심리를 악용한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와 가져야 할 책임을 저버리게 만든 사례도 있다. 전임 강원도교육감은 전교조 강원지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된다는 이유로 교육감상을 폐지했다. 그래서 올해 초 강원도교육감은 페이스북에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교육감상을 수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 정부 임기에 민주노총 소속 한 공공기관 노조는 불법 활동까지 보장해주는 초법적 단체협약을 개정했다. 불법 파업, 쟁의를 하더라도 소속 조합원이라면 면책돼 사측의 징계권이 무력화되는 내용이다. 민주노총 소속인 다른 공공기관 노조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수사·조사 중인 조합원에 대해서는 징계나 직위 해제를 못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명백한 과실이 있어도 조합원이라면 수사·조사가 끝날 때까지 근무하고 월급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조가 근로자의 처우·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과도한 혜택을 추구하고 의무와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임금을 주는 회사, 나아가 경제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노조의 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이러한 노동계의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노동 개혁을 통해 노조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을 하고, 그것이 수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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