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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변경 금지' 서울시, 초강수에도…서울백병원, 끝내 문 닫나

상업용 활용 시 2000억~3000억 가치 알려지며 논란 커지자

서울시, 이사회 직전 병원 부지 용도 변경 금지 추진 입장 밝혀

인제학원, 예정대로 이사회 열고 만장일치로 폐원안 결의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둘째아들 백낙훤 씨가 서울백병원 폐원 안에 관한 이사회를 마친 뒤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가 20일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결정했다. 서울시가 이사회 당일 오전 중구 서울백병원의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상업용 개발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지만, 예정대로 폐원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달 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상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해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노조를 포함한 구성원들과 함께 향후 문제를 논의해 나가겠다"며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서울백병원 전체 교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 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서울백병원 구성원 수는 전임교원 28명과 비전임교원 19명, 인턴 7명, 간호직 199명, 기타 일반직 133명을 포함해 386명이다.

학원 측은 "당초 폐원안 상정을 공식화할 때 밝힌 바와 같이 형제 병원으로 전보조치 등을 실시해 전체 구성원의 고용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병원을 운영 중이다. 서울백병원 이용 환자와 관계자 대상으로는 안내장(안내메시지) 발송 및 안내문 게시를 통해 진료 관련 서류 및 의무기록지에 대한 안내를 진행하는 한편, 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연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및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백병원의 부지와 건물의 운영 및 향후 처리 방안은 추후 별도의 논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타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더라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서울시의 제동으로 사실상 병원 부지의 용도 변경이 어려워진 만큼 재단이 폐원 결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도심 내 서울백병원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정책상 미래의 수요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지 용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공공청사, 문화시설, 연구시설, 종합의료시설 등으로 구분되는데 지정되면 건폐율과 용적률 규제를 받고 용도 변경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는 백병원이 ‘상업지구 속’ 응급병원으로 을지로 일대 수많은 소상공인과 서민이 이용하는 공공의료 기능이 크다며 이 같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백병원과 마찬가지로 중구, 종로구에 위치한 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 및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도 함께 종합의료시설로 묶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단,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더라도 병원업을 영위할 다른 법인이 인수한 뒤 병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서울백병원 노조는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김동민 서울백병원 노조지부장은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를 이사회에 건의했다"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오늘이 끝이 아니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와 무관하게 서울시는 공익성을 빌미로 사유재산을 침해했다는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재단 소유 병원에 적자 보존에 대한 대책도 없이 폐원을 막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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