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가 관리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dictator)’로 지칭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터졌을 당시 시 주석이 경위를 전혀 몰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차량 두 대 분량의 첩보 장비가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언짢아했던 것은 그것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 큰 창피”라며 “그것(풍선)은 거기로 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람에) 날려 경로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시 주석을 콕 집어 ‘독재자’라고 칭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독재자의 범주에 분명히 포함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시 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라는 표현을 자주 써왔으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시 주석을 만난 지 하루 만에 이같이 발언한 것은 미중 간 대화 국면에서 외교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은밀히 추진 중인 ‘쿠바 기지’가 양국 관계 회복에 또 다른 복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복수의 미 정부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해 쿠바에 도청 기지를 운영 중인 중국이 군사훈련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쿠바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정보 당국자들은 중국 정부가 쿠바에서 이 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만 무기 지원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국가 안보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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