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교육 현장에 파장이 이어지며 학원가가 '준킬러 문항'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서는 올 수능 출제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는 학원 설명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은 100석이 넘는 행사장을 채웠다.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하자 학원들은 ‘준(準)킬러 문항(킬러 문항보다는 다소 쉬운 문항)' 대비 중심으로 커리큘럼 재편에 나섰다. 달라지는 수능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은 결국 학원을 찾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 6층 대입 설명회장에서 반수생 김 모 씨(20)는 “수능을 사교육 없이 혼자 준비하려 했는데, 정부 발표 보고 학원에 등록하러 왔다. ‘물수능’(쉬운 수능)이 되면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서 전체적인 난이도 하향이 예상, 한 번의 실수로 등급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학원들은 "준킬러 문항에 대해 집중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마케팅을 들고나온 것이다.
‘준킬러 문항’이란 일반적인 난이도와 어려운 난이도의 중간 단계의 문항으로 모의고사, 수능에서 나오는 '어려운 3점' 문제 또는 '쉬운 4점' 문제를 일컫는다. 이런 준킬러 문항은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수능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에 휩싸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런 준킬러 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결국 학원으로 몰리게 됐다.
‘출제위원 경력 마케팅’도 학원가에서 기승을 부리고있다. 서울의 한 대학 국문과 교수였던 A 씨는 아예 연구소를 차려 ‘8차례 수능 출제 경험’을 내세워 모의고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출제위원 출신들이 부르는 ‘문제 개발비’는 문항당 100만 원을 호가하지만 적중률이 높다고 소문 나 거래가 유지된다.
한편, 외신도 이같은 한국의 입시 현실을 조명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한국 입시는 집안 형편이 넉넉해 값비싼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다”고 보도했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수능이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교육 경감을 위해 '킬러 문항 없애기'라는 칼을 빼든 정부지만, 오히려 사교육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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