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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평가 강화하고 교사업무 줄이고…'잠자는 교실' 깨운다

◆교육부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학생 학력격차 완화하고

초3·중1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권고

중하위 학생까지 중점지원 확대

교사 수업 전념할 수 있게

행정업무 부담 줄이고 처우 개선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하기로

"사교육비 절감과 엇박자" 지적도


정부가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줄이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주요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려 사교육으로의 유입 경로를 차단하고 교사들의 역량을 키워 학습 의욕을 고취시겠다는 것이다. ‘학교는 잠자는 곳’이라는 오명을 벗기고 학생들을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로 키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제시한 공교육 강화의 출발점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강화다. 우선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언어, 수리, 디지털 과목 등을 집중 교육할 방침이다. 이 시기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심화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다는 게 교육 당국의 분석이다.

초3과 중1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도 이뤄진다.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상 학생들이 모두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국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하고 참여 여부를 교육청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중점 지원 대상도 현재 기초학력 미달(전체의 5% 규모)에서 2025년 중하위 수준 학생(전체의 30% 규모)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교육부가 학력 수준 진단을 강화한 이유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가 발표한 최근 10년간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대상으로 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고2의 경우도 3%에서 10.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와 행복감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서·인성 교육도 강화한다. 학생들의 심리 안정과 생활교육의 회복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사회·정서적 역량 강화를 통한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가칭 ‘학생 사회·정서 지원법’도 제정할 방침이다. 학생 활동형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계획도 세웠다.

학생들이 수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역시 마련했다. 우선 학생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산하고 단순 지식 측정이 아닌 사고력, 문제 해결력 신장 등 학생의 성장을 유도하는 평가를 위해 선다형 문항을 줄이고 서·논술형 평가도 강화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교학점제는 예정대로 2025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한때 논의됐던 고1 공통과목 전면 성취평가제는 시행하지 않는다.

고교 내신의 경우 1학년은 대입 전형을 위해 성취평가(A·B·C·D·E)와 9등급 상대평가를 함께 실시하고 2∼3학년은 성취평가만 시행한다. 1학년은 상대평가, 2∼3학년은 절대평가인 셈이다.

학교별·지역별 개설 과목 편차가 큰 점을 고려해 현재 4개인 공립 온라인 학교를 2025년까지 17개로 확대하고 공동 교육과정을 늘리는 한편 지역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설치해 고교·대학·기업 협력도 강화한다.



2025년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던 자사고·외고·국제고도 존치하기로 했다. 대신 사교육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자사고 등이 우수 학생 선발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의 교육력을 통해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의 경우 지역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게 모집 정원의 20% 이상을 해당 학교 소재 시도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 전형 유지, 입학 전형 영향 평가 개선 등을 통해 사교육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또 다른 축은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교사의 가장 큰 불만 사항 중 하나였던 행정 업무 부담이 줄어든다. 이를 위해 학교별 공통 행정 업무를 교육지원청의 통합지원센터에서 수행한다.

교사에 대한 처우도 개선된다. 수업 전문성을 확보한 교사에 대해서는 인사와 보수·연수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학습연구년 특별 연수’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한 적극 대응 등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를 통해 교원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할 방침이다.

교원 단체들은 기초학력 책임 교육 강화, 교권 침해 해소 방안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당국의 해법 제시에 환영했다. 다만 학업성취도 평가가 일제고사화하고 자사고·외고 존치로 경쟁 유발 가능성이 있어 사교육 경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는 사교육비 경감 방향과 배치될 수 있다”며 “선발 효과 최소화 문구는 적절한데 방안은 다소 의문이며 입학 전형 영향 평가 개선이 유일해 보이는데 세부 방안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윤 대통령이 지시한 ‘공정한 수능’ 방안을 26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더불어 최근 논란이 된 사교육 ‘이권 카르텔’ 사례와 학원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22일부터 2주간 집중 단속을 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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