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40)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꼽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최고 무용수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일(현지시간)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강미선과 중국국립발레단의 추윤팅을 최고 여성무용수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했다. 강미선은 지난 3월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유니버설발레단 코리안 이모션’ 중 ‘미리내길’에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과부 역으로 상을 받았다.
수상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미선은 “춤출 때야말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면서 “계속 춤추면서 육아도, 발레단 일도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브누아 드 랑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한 이래 무용계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는 상이다.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단체들이 공연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해 남녀 무용수·안무가·작곡가 등을 선정한다. 실비 길렘, 줄리 켄트, 이렉 무하메도프 등 세계적인 발레 거장들이 이 상을 받았다.
강미선은 21일 오후 7시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갈라 콘서트에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함께 ‘미리내길’과 ‘춘향’의 해후 파드되 무대를 올렸다.
강미선은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거쳐 우리나라 양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2007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여자 시니어 1위, 2018년 한국무용협회 김백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 연수 단원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드미솔리스트·솔리스트·시니어 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사상 최장기 근속(21년) 무용수라는 역사를 쓰고 있다.
강미선은 2013년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7)와 결혼해 2021년 아들을 출산한 ‘워킹맘’ 발레리나이기도 하다. 출산 5개월 만에 ‘춘향’으로 무대로 복귀한 후 ‘백조의 호수’ ‘지젤’ ‘심청’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강미선 이전 한국인 여성 수상자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과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이 이 상을 수상했다. 발레리노 김기민이 2016년 ‘라 바야데르’로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았다.
올해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심사위원장은 ‘살아있는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맡았다.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이자 현재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 겸 성신여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유지연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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