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 1표를 행사하는 국제 선거에서 아프리카 54개국의 힘은 강력합니다. 또 현재 남아시아에 집중된 글로벌 기업의 공장들이 20~30년 후에는 아프리카로 이동할 수도 있죠.”
강석희(사진) 주에티오피아대사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 달성을 위해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아프리카를 꼽았다. 아프리카는 11월 열리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지 선정 투표를 포함한 국제 선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풍부한 청년층 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에는 중요한 외교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강 대사가 이끄는 주에티오피아대사관은 6·25 파견국으로서 한국과 정서적 유대감이 높은 에티오피아 외에도 겸임국으로 지부티·세이셸·주아프리카연합 한국 대표부를 포함하고 있어 아프리카 내 외교 활동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부임한 지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한 강 대사는 “한국과 에티오피아, 한국과 아프리카를 조금 더 가까운 사이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양측이 서로 좀 더 깊게 이해하고 경제 개발 외에 다른 협력 분야를 발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사관은 현재 1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된 연간 경제개발협력(ODA) 사업을 넘어 기후변화, 평화 활동 등 글로벌 이슈에서까지 에티오피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정부의 한국·아프리카 특별 정상회의 추진을 비롯해 장성민 대통령 특사, 김진표 국회의장 등 고위 인사가 잇따라 에티오피아를 찾으면서 양국 간 교류 확대에 긍정적인 분위기도 형성됐다.
강 대사는 내년 예정된 한국·아프리카 특별 정상회의에 대해 “한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개발 협력 파트너에서 포괄적 파트너로 획기적으로 격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무역 투자 분야 등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낼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준비 과정에서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교류가 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목표 등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어 “한국이 고품질, 사후 관리, 현지화 등 중국과 차별화된 한국형 아프리카 지원 모델을 만들고 기술 혁신 등 한국의 독특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아프리카에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 역시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지속해서 확대해나갈 방침임을 강조했다.
물론 내전 등 불안정한 정세는 여전히 아프리카 국가와의 교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 대사가 있는 에티오피아 역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2년간의 내전을 겪으며 5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다. 정부로서는 최근 긴박한 내전 상황에서 우리 교민 28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했던 수단 사태가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됐다. 강 대사는 인접국 사례를 참고해 에티오피아 정세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교민 비상 연락망 점검, 유사시 대피 계획 점검 및 현행화, 위기 상황에 대비한 모의 훈련 실시, 외교단과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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