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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갤' 찾는 아이들 느는데…정부 규제는 하세월

각종 간담 이후 대책 지지부진

청소년들, 전문가 '상담'보다

접근성 좋은 커뮤니티 더 찾아

"양지의 사이트 키워야" 제안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우울증갤러리. 디시인사이드 캡처




디시인사이드 내 ‘우울증갤러리’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위기 청소년을 찾아내고 커뮤니티를 매개로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여전히 땜질식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우울증갤러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위기 청소년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새로운 대책 마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성가족부는 이달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소년 매체 환경 모니터링 담당자, 미디어학자, 청소년 성 보호 전문가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내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등 범죄가 반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1차 간담회 이후 2차 간담회는 아직 계획돼 있지 않다. 여가부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도) 큰 틀로 봐 블로그·카페·오픈채팅과 속성이 비슷해 큰 틀에서 커뮤니티로 보호할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며 “일단 현재 있는 대책들을 점검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현재 모바일과 인터넷 공간에서 상담자가 위기 청소년을 발굴해내는 ‘사이버 아웃리치’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 아웃리치는 청소년이 사용하는 은어 등 관련 키워드 검색을 통해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을 발굴해 직접 상담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가입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고 갤러리의 특성에 맞지 않는 ‘이상한 글’이 올라오면 강퇴(강제 퇴장)되거나 채팅을 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사이버 아웃리치를 통한 위기 청소년 발굴이 디시인사이드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방심위는 지난달 22일 회의를 열어 우울증갤러리에 대해 접속 차단은 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자율 규제 강화를 요청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현재 우울증갤러리에서는 갤러리 접속 시 팝업 창과 댓글 창을 통해 방심위 권고에 따라 모니터링과 제재 조치가 강화된다는 경고 문구가 뜨고 있다.

우울증갤러리를 이용하던 한 이용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갤러리에는 제목만 보고 들어갔었다. 진짜 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매번 한탄하는 내용으로 글을 쓰고는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특성에 맞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청소년들이 우울증갤러리를 찾는 것은 그나마 우울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서 위기 청소년 발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규제가 아니라 양지의 커뮤니티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은 커뮤니티에서 자살과 우울증 등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는 밴드왜건 효과가 일어나고 있으며 단속을 해봤자 미러사이트가 또 만들어져 크게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경우 다양한 질병에 대해 환자들이 서로 돕고 상담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이런 양성적인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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