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와 노정 관계의 ‘얼굴’인 파업과 집회 양상이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올해 예년 보다 대규모 파업이 적어 근로손실일수는 안정세다. 하지만 대정부 규탄 성격의 대정부 집회는 작년부터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두 지표의 향방은 내달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결정지을 전망이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근로손실일수는 1만6900일로 전년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올해 1~5월을 보더라도 6만2700일이다. 근로손실일수는 노사분규를 근로손실로 측정한 지표로서 조업 중단 시간이 반영된다.
이 추세가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올해 근로손실일수는 근래 최저를 기록할 수도 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연도별 근로손실일수는 40만~50만일 박스권에 갇혔기 때문이다. 하반기 1~5월만큼 6만여일 수준으로 근로손실일수가 발생한다면 예년의 절반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 고용부가 현 정부의 노사 관계를 두고 지표적으로는 역대 정부 보다 안정됐다고 평가하면서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다만 변수는 내달 민주노총 총파업이다. 민주노총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총파업이 동투로 불리는 겨울 파업의 ‘방아쇠’로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작년의 경우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어 학교, 철도, 병원 등 공공부문에서 대규모 파업이 이뤄졌다.
안정적인 노사 지표와 달리 노정 지표는 악화된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반대하면서 작년부터 집회를 이어왔다.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가 노정 충돌의 불씨가 됐다. 결국 민주노총 보다 온건하고 노정 파트너 역할을 해 온 한국노총은 올해 5월 노동절에 서울 도심 집회를 열었다. 7년 만이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연일 집회를 통해 경찰의 산하 노조 간부의 연행이 부당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였던 양회동씨가 정부의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스스로 불을 붙여 숨진 사건은 앞으로 노정 관계의 뇌관이다. 그의 발인은 숨진 지 50일 만인 전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참석해 민주노총과 정권에 대항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노정 갈등이 여야 또는 정부와 야당 대립으로 커질 상황을 보여준 장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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