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보다 26.9% 오른 시급 1만2210원안을 꺼냈다. 예고했던 24.7% 인상안 보다 2.2%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급 능력을 고려해 올해와 같은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측의 임금 수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은 2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26.9%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노동계), 사용자위원(경영계), 공익위원(학계 등)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 심의기구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최임위에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면 최임위 위원은 수정안 제출처럼 양측의 이견을 좁히는 방식으로 심의를 한다.
노동계는 26.9% 인상안 근거로 물가 상승을 꼽았다. 물가 상승 탓에 낮아진 근로자의 실질임금 보전을 위해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수 소비를 살려야 경제 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특히 인상안의 핵심 근거는 가구생계비다. 노동계가 산출한 내년 비혼단신 생계비는 시급 1만2000원이다. 26.9%안인 1만2210원과 일치한다. 그동안 노동계는 가구생계비를 최임위 심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산식도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취업자증가율 등 3개 지표만 고려됐다. 여기에 노동계는 소득 불평등이 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을 공개하면서 최임위의 임금 수준 심의는 본격화됐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방은 여느 해 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앞서 4월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24.7% 인상을 꺼냈는데, 이날 공식 요구안은 2.2%포인트 더 높았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뿐만 아니라 규모가 더 작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임금 지급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대폭적인 인상에 반대해왔다. 이런 양 측의 입장은 최임위 심의 내내 이어졌다.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안을 꺼낼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최임위는 이날 7차 전원회의를 열지만, 심의 속도는 더디다. 통상 임금 수준 논의 전 결론을 내야 할 업종 구분이 합의되지 않아 이날 회의에서도 논의된다. 근로자위원 1명 교체를 두고서도 최임위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임위 심의가 이달 29일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최임위는 8월5일 최저임금 고시일을 감안하면 내달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