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인 2027년에 국민연금의 지출이 수입을 추월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출산의 여파로 국민연금을 납부할 가입자는 계속 줄어드는 데 반해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영향으로 수급자는 급증하기 때문이다. 22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전망(2023~2027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2250만 명이던 국민연금 가입자가 2027년 말에는 2164만 명으로 86만 명 감소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급자는 664만 명에서 904만 명으로 240만 명 늘어난다. 연간 급여액 총액도 올해 말 39조 원에서 2027년에는 66조 원까지 급증한다. 이에 따라 2027년에는 보험료로 들어오는 돈보다 급여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 연구원의 추산이다.
그러잖아도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갈수록 당겨지고 있다. 정부가 3월 발표한 국민연금의 향후 70년 장기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0년에 1755조 원으로 최고액을 찍은 후 급속히 감소해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 예상했던 2057년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속도로 돈을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더 미룬다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대로 두면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빨라지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고려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더 올리는 방식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교육 개혁과 함께 국민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다짐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월까지 개혁안을 내놓겠다던 국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인지 미적대고 있다. 결국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뚝심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시기를 앞당기고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야권을 상대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많은 국민과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국민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여 관철시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결기를 배워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국민연금 개혁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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