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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 번복하더니…의사단체, PA 간호사 논의도 '어깃장'

의협, 복지부 PA 간호사 제도개선협의체 '불참' 통보

“편의주의 사로잡혀 대형병원 이익 창출 지원 불과”

지난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현직 진료지원간호사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




응급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아 구급차를 타고 전전하다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반복되며 필수의료 붕괴 위기감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그에 대한 해법은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과 의료계가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어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사단체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입장을 일주일 만에 번복한 데 이어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개선 논의에도 어깃장을 놓으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법상 별도의 면허범위가 정의되지 않은 임상전담간호사 제도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 임상전담간호사 제도 개선 협의체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임상전담간호사는 진료, 검사, 수술 등 의사의 진료 행위를 돕는 보조인력을 통칭하는 PA 간호사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PA 면허를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별도 면허 범위가 정의되어 있지 않다보니 불법의 소지가 있다. 2010년 국내 첫 도입된 이후 전공의(레지던트) 등 의사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전국에 활동 중인 인원이 1만 명 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대부분 간호사들이라 흔히 PA 간호사라고도 불린다.

PA 간호사 문제가 다시 공론화된 건 '간호법 제정'이 무산되면서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폐기되자 "간호사 면허로 정해진 업무 범위 밖의 일은 하지 않겠다"며 준법투쟁에 나섰다. 지난달 22일에는 온라인 불법진료신고센터를 통해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를 간호사에게 하도록 강요한다는 신고 접수건수가 50건 이상인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국공립병원,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 79곳을 오는 26일 국민 신문고에 신고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간협의 준법투쟁까지 불거지자 정부도 그간 묻어뒀던 PA 간호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복지부는 이미 지난 4월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하며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개월 여만에 PA 간호사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려졌는데, 대한의사협회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에서 "무면허 진료보조인력의 양성은 의사와 간호사 간 협력의 근본을 뒤흔들어 의료인 간 신뢰 관계를 훼손시킨다"며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의료기관 내 무면허 의료행위는 수련병원의 본질에 어긋나 향후 환자의 안전을 침해하고 미래 의료인력 양성의 공백까지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상전담간호사는 의료법상 별도의 면허범위가 정의되지 않은 진료보조인력으로,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 영역은 허용될 수 없다"며 "임상전담간호사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실시한다면 이는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물론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PA들이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서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데 대해 의료계 내부 시선은 엇갈린다. PA들은 비공식적으로 수술장 및 검사 시술 보조부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으로 진료현장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흉부외과를 필두로 극심한 전공의 부족에 시달리는 진료과에서는 전문의 감독 하에 PA가 진료행위를 보조할 경우 문제가 없으며, 제도 안에 끌어들여야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병원은 PA란 용어 대신 명칭을 바꿔 2021년 7월부터 임상전담간호사(CPN·Clinical Practice Nurs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PA 활용의 법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의료법과 간호사 면허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활동 중인 CPN은 1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개원의사와 전공의 단체다. 이들은 PA 간호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경우 병원들이 인건비를 아끼려는 꼼수로 활용되며 대리수술 등 명백히 불법인 행위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높다고 주장한다. PA 간호사들로 인해 자칫 의사들의 활동범위가 좁아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공의들은 PA로 인해 수련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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