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000명 이상의 마약 사범이 검거되고 있지만, 서울 시내에 운영 중인 마약중독자 재활 치료 병상은 정작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1일 데일리안 취재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지정·운영 중인 마약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시립은평병원과 광진구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 2곳뿐이다.
마약중독자 재활 치료 병상은 은평병원에 25병상, 국립정신건강센터에 2개 병상이 마련돼 있는데, 문제는 입원 치료를 위한 전담 의료인력 및 마약류 반입 예방을 위한 특수시설 부재 등으로 현재 2개소 모두 치료 병상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은평병원 관계자는 "마약 환자의 경우 입원하지 않고 진단·치료를 받는 통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정신겅간센터 측도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 마약 중독 환자 분들의 진료 자체를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병상 부족으로 서울에서 발생한 마약 투약자 중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서울 밖으로 향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인천참사랑병원에 3명이 입원했고, 2021년에는 용인정신병원에 1명이 입원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참사랑병원과 인천계요병원에 각각 2명과 1명씩 총 3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서울시는 환자의 '자발적인 내원' 등으로 서울시 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서울 내에서 운영 중인 재활 치료 병상이 0개이기 때문에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도권의 병원을 찾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직무 유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울시 마약류 및 유해약물 오남용에 관한 조례안에는 중독자에 대한 치료에 힘 써야 한다는 '시장의 책무'가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마약류 및 유해약물 오남용 방지 및 안전에 관한 조례 제3조 2항을 보면, '서울시장은 유해약물로부터 시민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유해약물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 예방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연구사업의 지원 등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공공, 민간단체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3항은 '시장은 치료보호와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수행기관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 중독재활센터장은 "서울시에 마약중독자 재활 치료 병상이 모자랐던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며 "적어도 5년은 넘었다"고 비판했다.
최진묵 마약중독재활센터 인천다르크 센터장은 "천만이 넘는 대한민국 수도에서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동이 하나도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여태 30여년 간 법적 문제로만 바라보다 갑자기 치료의 영역으로 갖고 오려고 하고 있는데, 병상 문제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의사가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센터장은 "서울시에 은평병원을 마약류 중독 전문병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마약류 중독자를 돌볼 의사가 없었다"며 "간호사, 사회복지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 마약사범은 매년 4000명 이상 검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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