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금이 걸린 난코스에서의 경쟁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선수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인내심.”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MVP)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이재경(24)은 인내의 라운드를 몸으로 보여줬다. 깊은 러프를 전전하면서도 정교한 어프로치 샷으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었고 부담스러운 거리의 파 퍼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홀에 떨어뜨렸다.
23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7326)에서 계속된 코오롱 제65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 원) 2라운드. 이재경은 간간이 오는 버디 기회를 살리고 보기 위기는 잘 막으면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경기를 이어갔다.
워낙에 어렵기로 악명 높은 이 대회는 파4 홀의 페어웨이 폭을 10~15m 수준으로 좁히고 러프는 65~200㎜ 깊이로 길러놓아 올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5번 홀(파5)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린 이재경은 그러나 이후 10개 홀 연속으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 유명한 미국 TPC소그래스의 17번 홀을 닮은 13번 홀(파3)에서 보기도 적었다. 첫 퍼트가 많이 지나가 3m 퍼트를 남겼고 파 퍼트가 홀 앞에 멈췄다.
14번 홀(파4) 티샷과 두 번째 샷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어프로치 샷을 잘 붙여 파로 막았다. 그렇게 버티니 잠시 뒤 기회가 왔다. 16번 홀(파3)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은 것이다. 앞서 13번 홀에서 놓쳤던 거리를 이번에는 자신감 있게 넣었다. 17번 홀(파4)에서는 러프에서 친 190야드 두 번째 샷이 그린 위 동반 선수의 공에 맞고 좋은 자리에 멈추는 행운도 따랐다. 2.5m 버디 성공.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친 이재경은 이틀 합계 4언더파로 7언더파 단독 선두 한승수(미국)와 3타 차의 단독 2위에 자리를 잡았다. 첫날은 공동 9위였다.
이재경은 KPGA 투어 3승이 있다. 데뷔 해인 2019년 1승, 2021년 1승, 그리고 이달 초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우승이다. 이번 대회 우승이면 국내 프로골프 대회 중 가장 큰 우승 상금(5억 원)과 다음 달 열릴 디 오픈 출전권을 거머쥔다.
좋은 위치에서 주말 라운드를 맞게 됐지만 우승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통산 1승의 한승수가 첫날 5언더파로 치고 나간 데 이어 둘째 날도 2타를 줄이는 견고한 골프를 하고 있다. 뒤로는 통산 2승의 강자 함정우와 호주의 브렌던 존스 등이 3언더파 공동 3위에서 추격 중이고 이날만 4타를 줄인 15년 차 베테랑 문경준도 1언더파로 반환점을 돌며 우승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 3승·일본 4승의 황중곤 역시 1언더파. 더 빨라질 그린 스피드와 더 잔인해질 핀 위치도 변수다.
디펜딩 챔피언 김민규는 1오버파, 지난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양지호는 3오버파다. 첫날 2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7년 만의 이 대회 2연패 전망을 밝혔던 김민규는 타수를 줄여야 할 18번 홀(파5)에서 더블 보기로 2타를 잃은 게 뼈아팠다.
국내 최장타자 정찬민은 이날만 4타를 잃는 등 이틀간 6오버파를 적고 컷 탈락했다. 더블 보기를 4개나 쏟아낸 정찬민은 컷 통과에 1타가 모자랐다. LIV 골프에서 뛰는 스콧 빈센트(짐바브웨)는 18번 홀(파5) 이글을 포함해 이날 2오버파로 나름 선방했지만 첫날 80타 충격에 발목 잡혀 합계 11오버파로 짐을 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