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고물가에도 금리 인상을 거부하던 튀르키예가 기준금리를 15%로 한 번에 650bp(1bp=0.01%포인트)나 올렸지만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 폭이 시장 예상에 못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은 튀르키예 리라 가치가 전 거래일보다 최대 2.8%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장중 리라달러 환율은 달러당 25.59리라까지 올랐(리라화 가치 하락)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27% 하락했다.
전날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그동안 ‘고금리는 악(惡)’이라는 신념 하에 고물가에도 저금리 정책을 펴라고 중앙은행을 압박해왔다. 그러다 재선에 성공하고 시장 친화적인 인사로 평가받는 하피즈 가예 에르칸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해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리라화 가치는 하락했다. 로이터가 전문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튀르키예가 기준금리를 21%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튀르키예는 15%까지 올리는 데 그쳤다. 로이터는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적게 금리를 올린 것은 그만큼 에르도안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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