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진양철 회장 역을 맡았던 배우 이성민은 교통사고를 당한 뒤 낮밤을 착각하고 속옷 차림으로 외출하려는 등 리얼한 섬망(delirium)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섬망은 정신능력에 장애가 발생해 의식과 인지 기능이 급격히 변하는 상태다. 현재 있는 장소나 시간,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주로 노인에게 발생하는데 저체중일수록 정상 체중인 경우보다 섬망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 연구팀은 2013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한 50세 이상의 환자 5622명을 분석한 결과 저체중 환자의 섬망 발생률이 정상 체중 환자보다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정상 체중과 저체중을 나누는 기준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다. BMI 18.5-25kg/㎡에 속한다면 정상 체중, 18.5kg/㎡ 미만이면 저체중에 해당한다. 다만 과체중과 비만 상태는 섬망 발생률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중환자실 환자를 상대로 체중과 섬망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섬망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중환자가 섬망 증상을 보이면 높은 사망률과 장기 입원 등 중대한 건강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연구팀은 선행연구를 통해 영양실조와 근감소증이 섬망 발생 요인임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는 지표인 BMI에 주목했다. 영양실조와 근육소실이 염증 발생 및 뇌 혈류공급 저하 등의 다양한 메커니즘에 의해 섬망과 연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오 교수는 “많은 현대인들이 과체중과 비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노인, 특히 중환자의 저체중도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저체중을 조절함으로써 섬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노년학 아카이브(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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