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보다 확고한 감독 고유의 세계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위트 넘치는 대사도 여전하다.
대표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이 영화 역시 극중극 형태를 가진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사실 연극이다. 그리고 이 연극을 만드는 각본가와 배우, 연출의 이야기가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흥미로운 연출 기법 중 하나는 영화 속에서 현실을 담당해야 할 연극 밖의 이야기가 연극의 구도처럼 그려지고, 흑백으로 연출된다는 점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연극 안의 이야기는 컬러 화면과 자유로운 카메라 이동으로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그럼에도 시네마스코프로 촬영된 총천연색 화면이 이 내용이 허구이긴 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화면 비율도 연극 밖의 이야기가 4:3으로 그려지는 반면, 연극 속의 이야기는 스크린 전체를 활용한다.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극중극으로 들어가며 화면 비율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관객들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오가며 그러한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과거를 향한 향수를 주로 모티브로 삼는 앤더슨 감독의 연출은 여전하다. ‘문라이즈 킹덤’에서 보여 줬던 ‘바보 같은 어른들’과 ‘똑똑하고 현실적인 아이들’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에서 연극 속 주연을 맡은 오기 스틴백은 갑자기 연극 밖으로 뛰쳐나와 “아직도 이 연극을 모르겠어!”라고 외친다. 관객들도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낀다. 심지어 영화 속 각본가도 자신의 작품을 잘 모른다. 아티스트 뿐 아니라 관객들도 느끼는 이러한 고뇌에 대해 앤더슨 감독은 “잠을 자야 일어날 수 있다”는 반복되는 대사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일단 작품 속, 환상 속에 완전히 빠지고 몰입해야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답대로 영화는 그저 강제로 이해할 필요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만 해도 충분하다.
호화 캐스팅은 여전하다. 주연 제이슨 슈왈츠먼 외에도 스칼렛 요한슨·톰 행크스·제프리 라이트·틸다 스윈튼·에드워드 노튼·에이드리언 브로디·스티브 카렐·윌렘 데포·마고 로비 등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수준의 캐스팅이 함께 한다. 출연자들의 존재감도 확실하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감독의 메시지와 영화의 스토리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조금 난해한 플롯과 불친절한 설명은 관객의 이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실제 평단에서도 엇갈린 평 감독의 최고작과 최악의 작품이라는 극단적 평을 내놓고 있다. 감독의 전작들을 미리 보는 것이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6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28일 개봉, 105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