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집권 민주진보당이 연이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에 휩싸이면서 차이잉원(사진) 대만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대만이 내년 1월 총통 선거와 입법원(국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투 운동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여론조사 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이달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42.3%로 지난달(45.3%)보다 떨어졌다. 차이 총통이 2020년 5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의 지지율은 71%에 달했다. 반면 차이 총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지난달(37%)보다 11%포인트 이상 뛴 48.2%로 2019년 5월(47%)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TPOF는 “차이 총통의 지지율 하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첫째는 민진당 내 다수의 성희롱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이고 민진당에서 제기된 모든 미투 사건이 차이 총통이 당의 주석으로 재임하던 기간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진당은 최근 대만을 강타한 미투 파문의 중심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전 당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민진당에서는 ‘나도 성희롱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피해 여성들이 당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한 후 묵살당하거나 2차 가해를 받았다는 주장이 이어져 민진당의 도덕성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민진당의 지지율도 지난달 31.1%에서 24.6%로 곤두박질쳤다.
민진당은 파문이 커지자 미투 조사팀을 꾸려 사건을 신속히 조사해 처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으며 최소 4명의 고위 인사가 앞서 미투 보고에 대한 부실 대응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주석도 “중앙당의 신고 메커니즘이 부적절했다”고 잘못을 시인한 뒤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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