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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틀에 가둬선 안돼…호기심·문제의식 갖춘 인재 키울것"

■염재호 태재대 초대총장 인터뷰

뉴욕·도쿄 등 글로벌 도시 돌며

현장체험·온·오프 학습 이뤄져

지식 전달 교육대신 토론 수업

21C엔 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수능 취지 변질돼…개선에 공감

염재호 태재대 초대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태재대의 교육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기존 대학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식의 교육을 해왔습니다. 태재대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칠 겁니다. 21세기에 필요한 능력은 20세기에 필요한 능력과는 전혀 다릅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초대 총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태재대 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20세기식 전공 중심의 학부 교육은 유통기한이 끝났다”며 “태재대에서는 21세기형 리더가 되는 데 필요한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9월 개교하는 태재대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출연한 사재 3000억 원을 들여 설립한 대학이다. 국내에서 11년 만에 탄생한 4년제 사이버대학으로, 미국의 벤처사업가 벤 넬슨이 2014년 설립한 미네르바대와 닮아있어 ‘한국판 미네르바대’라고도 불린다.

태재대는 사이버대학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쌓는 경험 역시 중시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혼합)형 오픈캠퍼스'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와 메타버스 캠퍼스를 통해 토론·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하되, 재학생 모두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염 총장은 “지식은 온라인으로 전달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만나 서로 부대끼며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며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뒤섞여 공동체 생활을 하며 화합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수 년간 세계적 도시를 돌며 공부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서울을 거점으로 뉴욕, 홍콩, 도쿄, 모스크바 등에서 각각 1학기씩 머물며 세계 현장을 체험하고 글로벌 인재로서의 소양을 쌓는다. 염 총장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의 역사와 문명의 태동·발달을 현장에서 직접 살피며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라며 "역사에 남은 리더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제를 풀었는지를 고민하며 리더십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고려대 총장을 역임했던 염 총장이 다시 대학의 총장을 맡기로 결심한 것은 국내 대학 교육의 혁신이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재를 출연한 조 명예회장의 뜻도 같았다. 염 총장은 “고려대에서도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으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며 “미래 대학에 대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국내 대학의 ‘혁명’을 한 번 일으켜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염재호 태재대 초대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9월 개교를 앞두고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태재대가 표방하는 대학의 혁신은 교육과정 곳곳에 녹아있다. 우선 1학년은 단일 학부(혁신기초학부)로 입학한다. 염 총장이 강조한 ‘기초 체력’을 기르는 단계다. 태재대의 핵심역량인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자기주도 학습력 △소통과 협업 △다양성과 공감 △글로벌 화합과 지속 가능성 등을 10개 강의를 통해 배운다. 지식 전달이 아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교수의 지식 전달을 최소화 하기 위해 수업 시간 100분 중 교수가 10분 이상 말하면 ‘경고’가 주어지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후 2학년부터는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4개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배운다.



현재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개교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염 총장은 최근 진행된 원서 접수를 앞두고 국내외 가리지 않고 직접 뛰어다니며 홍보 활동에 매진했다. 종로구 혜화동에 홍보 공간을 마련하고 염 총장이 집필 중인 태재대 소개 도서도 완성을 앞두고 있다.

우수 교수진의 강의 준비도 거의 끝마쳤다. 스탠퍼드·케임브리지대 등 세계 유수 대학 출신들의 교수들은 태재대만의 교육 방식을 집중 훈련 받고 있다.

개강을 앞두고 가장 큰 공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학생 모집이다. 태재대의 입학 정원은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 등 200명이다. 다만 첫 모집인 데다, 9월에 학기를 시작해 당장은 N수생이나 외국인 학생, 검정고시생에게만 문이 열려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3월에 고3들도 예비 학생 개념으로 모집한다. 이들은 무상으로 국내에서 2개월, 미국에서 3개월간 집중 영어 훈련을 받고 9월에 정규 학기로 입학한다. 태재대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는데 이를 위한 준비는 학교에서 제공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결국 태재대만의 혁신 교육이 입소문을 타 학생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게 염 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미네르바대도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아이비리그보다 경쟁률이 높다”며 “미래를 바라보며 현명하고 용감하게 판단하는 학생들은 태재대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서는 소위 ‘명문대’ 재학생들이 태재대 입학을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 막상 대학에 입학해보니 낡은 교육 방식에 실망했다는 게 공통된 내용이다.

염재호 태재대 초대 총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태재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태재대가 뽑으려는 학생은 ‘호기심과 문제 의식을 갖춘’ 인재다. 선발 방식은 서류와 면접으로 이뤄진다. 서류에서는 수능 점수가 아닌 고교 시절의 성취를 통해 잠재력을 본다. 면접은 그룹토론면접, 개별면접 등으로 나뉜다. 염 총장은 “자신의 시각 없이 마치 훈련된 듯 중재 역할을 하며 예의 바른 토론을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시각이 명확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얻을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점수가 아닌 아이들의 잠재력을 핵심 선발 요소로 보고 있는 만큼, 염 총장은 최근 윤 대통령이 공교육 범위 내 수능 출제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염 총장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수능이 도입됐는데, 취지가 변질됐다”며 “사교육을 받아야만 킬러문항을 풀 수 있는 현재 수능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과감한 규제 혁신도 요청했다. 염 총장은 “태재대 개교를 하는 과정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갖가지 규제에 부딪혀야 했다”며 “전 세계가 한국의 교육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교육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둬 옥죄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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