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24일 귀국해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치 활동 재개 선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이같이 말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모든 국정을 재정립하라”고 촉구했다. 그가 언급한 ‘못다 한 책임’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민주당 정권 재창출 실패’를 의미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 및 차기 대선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12일 베를린자유대 강연에서 “내년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은 상태여서 내년 총선에서 출마가 아닌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으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도 “(이 전 대표가) 총선에서 역할을 해주시는 것이 민주당에서 받은 혜택의 보답”이라며 “당이 총선 승리를 할 수 있는 방안과 대안·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입국 당시 이 전 대표가 착용한 넥타이는 민주당의 ‘초록색’이었다. 초록색은 민주당이 전신인 통합민주당 등의 시절에 내세웠던 색깔이기도 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통합민주당의 초록색을 상징색으로 대선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귀국한 이 전 대표는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진 뒤 다음 달부터 전국 순회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강연의 테마는 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입국 시 발언한 ‘못다 한 책임’에는 대선 패배뿐 아니라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패배한 부분까지 포괄돼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같은 해석으로 보면 이 전 대표는 비명계의 결집을 통해 당내 역학 구도 재편을 겨냥하는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 비명계 중에서도 친낙계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못다 한 책임’ 언급에 대해 “본인을 응원했던 많은 분께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암시”라고 전하기도 했다. 같은 당 친낙계인 설훈 의원 역시 이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당이 위기에 처하면 몸을 던져 당을 구해내겠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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