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위장 계열사 등을 동원해 공공택지를 공급받는 ‘벌떼입찰’과 관련해 2013년 이후 지난 10년간 당첨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최근 3년간 벌떼입찰 의심 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벌떼입찰로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분양 이익을 보고도 600억 원의 과징금 처벌에 끝난 호반건설을 포함한 부당 업체 전반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공공택지 입찰에 당첨된 업체 200여 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5일 호반건설에 벌떼입찰로 총수 2세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과징금 608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화가 난다.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 이익만 1조 3000억 원 이상을 벌었다”며 “해당 시기 (계열사들의) 등록 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하고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7월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현장 점검을 통해 건설산업기본법과 주택법상 등록 기준(사무실·기술인·자본금 등) 충족 여부를 조사하고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 위법 업체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공공택지 청약 참여를 제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위법 업체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택지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하남교산, 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 택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또 벌떼입찰을 차단하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1사 1필지 제도를 현재 규제지역 및 과밀억제권역 등 수도권 일부에서 수도권 전역 및 지방광역시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공공택지 1필지 추첨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과 계열사의 개수를 1개 사로 제한하는 것으로 현재는 규제지역과 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용지에만 적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최근 3년간(2019~2021년) 공공택지 벌떼입찰로 의심되는 81개사, 111개 필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81개사 중 23개사에 대한 수사 의뢰가 진행됐는데 현재 1개사는 검찰에 송치됐고 나머지 22개사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토부는 향후 검찰 수사를 거쳐 법원에 기소된 업체에 대해서는 공공택지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택지를 환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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