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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프리고진 행방 묘연…우크라, 러 혼란 틈타 대반격 고삐

■ 러 용병 반란에 국제정세 급변

푸틴 '반역자' 비판 방송 사전녹화

프리고진 반란 중단전 가족위협 받아

러 의회 "바그너그룹 규제안 진행"

우크라군은 "바흐무트서 1㎞ 진격"

美선 "러 균열…혼란 몇주 지속될것"

루블화 15개월래 최저·유가도 하락


바그너그룹의 ‘1일 반란’이 정리된 지 이틀째인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의 수장 모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미국은 “혼란이 향후 몇 주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시간과 장소를 밝히지 않고 공개한 영상에서 세르게이 쇼이구(가운데)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군 첨단 통제소에서 군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TV연설에서 프리고진을 ‘반역자’라고 비판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인터뷰가 국영 로시야TV를 통해 방영됐지만 반란 전인 21일 녹화된 내용이었다.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도 벨라루스로 회군을 결정한 뒤 시야에서 사라졌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보 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반란을 중단하기 전 러시아 정보기관이 프리고진의 가족을 해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의 운명에 대해서도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언론은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의 지도자들을 제거하려 할 것이고 용병들은 러시아 군대로 흡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란 재발 방지를 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바그너그룹을 해산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민간용병기업을 규제할 법률이 필요하다. 현재 하원이 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현지 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프리고진이 경질을 요구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6일 반란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쇼이구 장관이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투입된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했다”면서도 시기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보안 당국은 수도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 발령했던 대테러 작전 체제를 이날 해제했다.

바그너 사태가 회군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후폭풍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서방의 관측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5일 CNN 인터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러시아 내부의 누군가가 푸틴의 권한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제에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푸틴은 전장뿐 아니라 러시아 내부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군 지도부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혼란이 몇 주간 더 전개될 것”이라며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의 핵 태세에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으며 우리도 핵 태세를 바꾸지 않았다”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더타임스에 ‘이번 사태가 크렘린의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한다”며 “이것이 새로운 챕터의 1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그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 일부 지역에서 반격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지난 하루 동안 바흐무트 남쪽과 북쪽 측면에서 최대 1㎞를 진격했다”며 “약 2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하고 다양한 러시아 장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제47 기계화여단 소속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자포리자 지역 근처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각국은 사태 분석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연쇄 통화를 했고 푸틴 대통령도 25일 오전 프리고진의 반란을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벨라루스 벨타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이틀간 최소 3차례 통화를 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 부부장이 25일 베이징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영도 아래 중러의 정치적 상호 신뢰가 끊임없이 심화하고 실무 협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26일 장중 1.3% 올랐다가 정세가 안정화하자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러시아 루블·달러 환율 역시 26일 장중 86.50루블에 거래되며 전 거래일보다 2.1% 하락해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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