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모스크바를 코앞에 두고 중단된 가운데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내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리고진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혼란이 잦아들면 그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AP통신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부대의 ‘수도 행진’이 중단되면서 그들의 운명도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가장 밀착한 동맹인 벨라루스도 프리고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영국의 가디언 또한 “유혈사태를 피했지만 푸틴과 프리고진의 불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봤다. 매체는 “겉으로 보기엔 (그들이 합의한) 거래가 우스워 보인다”며 “푸틴에게는 프리고진을 살해하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이 훨씬 더 간단했을 텐데 왜 그가 이웃 국가에 남아있도록 허용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가 국민들의 억눌린 분노를 일부 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리시아 컨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생존을 위해 숙청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단순히 푸틴과 프리고진 사이의 권력 다툼이 아니다. 국가의 전반적인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의 거취에 대해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AP통신에 “루카셴코가 프리고진을 어떻게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시 한 번 벨라루스를 다른 사람들의 게임과 전쟁의 인질로 만들었다”며 “그는 결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폴란드로 망명한 벨라루스의 정치분석가 아르템 슈라이브만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간다는 것이 그곳에 계속 머무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벨라루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앞서 크렘린궁과 바그너 그룹은 벨라루스 정부 중재 하에 합의를 맺었다. 이에 따라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중단했으며,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했다. 당시 검은색 대형 승합차에 탑승한 채 자신에게 환호를 보내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목격된 바 있다. 이후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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