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체결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전망은 일단 ‘맑음’이다. 동맹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 한미 동맹에도 위기는 있었다. 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동맹국 간 공통 위협에 대한 인식이 수렴돼야 한다. 2000년대 초 한국과 미국 사이에 공통 위협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벌어졌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정도에 비해 북한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위협 인식은 상당히 완화된 상황이었다. 당시 한미 동맹이 사사건건 마찰음을 내고 있었던 핵심 이유다. 오죽하면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이 한미 동맹을 이혼을 앞둔 부부에 비유했을까. 올해 한미 동맹의 미래가 밝은 것은 양국의 위협 인식이 대체로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의 운영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맹 관리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력은 지금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윤석열 대통령이 만찬장과 의회 연설에서 보여준 ‘개인기’는 한국에서 체감하는 정도보다 더 큰 효력을 발휘했다. 정부의 공식 채널을 통한 외교뿐 아니라 민간 부문도 참여해 진행하는 공공 외교 역시 중요하다. 한미 동맹은 현재 안보·경제 분야 외에 민간 부문의 협력 또한 도드라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기준 미국의 한국인 유학생 수가 4만 명에 육박했는데, 이는 인구별 유학생 수로는 세계 1위라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높은 외국어 강좌는 한국어 강좌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류와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 때문인지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양국 국민의 동맹에 대한 지지 여론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의 지지 여론은 거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양국 국민 모두 연령대가 낮을수록 동맹에 대한 지지가 강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미 동맹의 미래에 청신호다.
여러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을 위협하는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21세기에는 안보의 영역이 군사 안보와 같은 전통 안보에서 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전방위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전통 안보 영역과 비안보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복합 안보 위기의 시대를 맞아 한미 동맹이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올바른 방향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2009년 포괄적 전략 동맹 개념에 합의했고 점진적으로 다양한 의제로 협력을 확장해오고 있었다. 최근에는 의제뿐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더 적극적인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가 선보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맹 협력의 영역과 지역이 확장되면서 동맹 간 갈등의 소지 역시 커질 수 있다. 우선 어느 영역으로까지 협력이 확대돼야 하는지, 그리고 확장된 영역에서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지에 관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경제 안보 영역으로의 동맹 협력 확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만 그 협력의 방식에 대해서는 적잖은 시각차를 노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갈등은 경제 안보 협력이 한미 동맹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맹 운영의 지역 확장은 또 어떠한 원칙으로 추진해야 하나. 대만해협에 우발 상황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의 역할은 무엇인가.
동맹 협력의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는 데는 한미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지, 또 어디까지가 전선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미묘한 인식의 차이는 동맹의 결속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동맹의 ‘포괄적 협력’ 때문에 동맹 본연의 기능인 대북 억제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포괄적 동맹 협력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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