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꼽히는 달러당 7.25위안에 근접할 만큼 상승(통화 가치 하락)하자 중국 당국과 국영은행이 달러 매입, 고시환율 조정 등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자 중국 당국이 추세를 늦춰야 한다는 의중을 나타냈지만 경기 부진 우려가 커 하락세 자체를 멈출지는 의문이다.
27일 역외 위안화 환율은 오전 9시 54분 장중 한때 달러당 7.2495위안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 경기 회복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4% 이상 상승한 상태다. 이에 국영은행들이 전날 역외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위안화를 사들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국영은행 관계자들은 전날 오후 늦게 시장에 나타나 역내 환율 종가에 위안화를 사들이기 위해 입찰에 나섰다고 로이터는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트레이더들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직접 나서는 대신 국영은행들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들은 고객들을 위해 직접 외환 거래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인민은행도 매일 발표하는 위안화 고시환율을 시장 전망치보다 훨씬 낮게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달러 거래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6% 올린 7.2098위안에 고시했다.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 절하를 의미하지만 7.2194위안으로 고시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보다는 폭이 작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 추세에 공식적으로 불안감을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크리스토퍼 웡 싱가포르화교은행 외환전략가는 “이번 대응은 중국 당국이 최근 위안화 움직임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달러당 7.25위안은 핵심 저지선으로 이를 넘어서는 순간 위안화는 지난해 최저치 수준까지 급속히 폭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초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이후 최고치인 7.32위안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 자체를 멈출 수는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웡 전략가는 “어떠한 개입도 위안화 약화 속도를 늦추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중국 정부가 내놓을 경기 부양책이다. 관영 매체 중국증권보는 성장 촉진 정책으로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위안화에 대한 압력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