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첫 국내 체험형 매장인 ‘삼성 강남’이 28일 베일을 벗었다. 삼성 강남은 기존 매장들과 달리 삼성 제품들을 경험하는 공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게임, 예술, 교육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배치해 기존 매장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맞불을 놓으면서 MZ세대 등 젊은층 공략을 위한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공식 개장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자리잡은 ‘삼성 강남’에서 미디어브리핑을 열고 매장 콘셉트를 공개했다. 삼성 강남은 단층 구조인 애플스토어와 달리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면적은 약 2000㎡ 규모다. 삼성전자의 첫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로서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은 물론 태블릿과 웨어러블 기기 등 각종 정보기술(IT) 제품들을 체험해볼 수 있다. 기존 매장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체험형 매장만의 로고도 공개됐다.
기존 삼성스토어처럼 다양한 제품을 착용하고 작동해볼 수 있지만 삼성 강남은 문화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조됐다. 1층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거대 조형물인 ‘허그 베어’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2층 ‘헤리티지 존’에는 애니콜 시절부터 이어온 삼성 휴대전화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외에도 지하 1층에는 다솔 작가의 ‘시티 벙커’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갤럭시 스마트폰을 연결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삼성 제품과 협업한 휴대전화 액세서리·케이스를 살펴볼 수 있고, 자신만의 케이스를 제작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삼성 강남은 5년 간 준비기간을 거쳤다. 특히 입지 선정에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여러 후보지역을 제치고 강남역 인근에 둥지를 튼 것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호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팀 부사장은 “예나 지금이나 강남은 젊은이들이 중심으로 소통과 경험이 중시되는 공간”이라며 “국내 첫 체험형 매장인 삼성 강남에서 젊은이들과 혁신 기술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세계 시장에서 애플을 누른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는 부침을 겪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선택은 삼성전자보다 애플 제품을 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호응에 힘입어 애플은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 점유율 30%대를 달성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국내 점유율이 60% 아래로 떨어지는 등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체험을 강조한 대형 리테일 매장을 마련한 것은 접근성 높은 공간에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강화하고 이들 사이에서 삼성 제품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애플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남 애플스토어의 지근거리에 삼성의 체험형 매장이 들어서면서 국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양사 간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올 들어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확대하고 간편결제까지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도 체험형 매장 오픈에 이어 서울 언팩 행사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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