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용병단이 벨라루스에 도착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동유럽에 대한 방어 태세 강화를 예고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65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는 등 계속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돕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영 매체에서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제거하려 했다는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이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군 남부군관부 사령부를 점령한 24일 오전 10시 10분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에 대해 사살 결정을 내렸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나쁜 평화가 어떠한 전쟁보다 낫다”고 설득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은 군 내에서 권위 있는 인물”이라며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에서 함께 싸워 의리가 있다. 프리고진을 사살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은 물론 반란군 진압에 나선 군인들도 죽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도착하자 주변국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를 새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국가를 포함한 모든 나토 회원국의 영토 방어 태세가 항상 갖춰져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다음 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부 지역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4000명의 병력을 증파해 상시 주둔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도착한 것과 관련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만약 바그너그룹이 연쇄살인범들을 벨라루스에 주둔시키면 모든 인접국은 훨씬 더 큰 불안정의 위험에 직면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과 프리고진에게 정부가 지난 1년간 2조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며 용처를 조사하겠다고 칼끝을 겨눴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과 만나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바그너그룹의 인건비로 860억 루블(약 1조 3150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또 “콩코드기업 소유주(프리고진)는 군에 음식을 공급하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800억 루블(약 1조 2230억 원)을 벌었다”며 “당국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내 광장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도 했다. 반란 이후 푸틴 대통령이 방송이나 인터뷰를 통하지 않고 외부에 직접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5억 달러(약 6500억 원) 규모의 무기 등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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