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인연이 된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28일 부영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중근(82) 부영그룹 창업주가 고향 사람들에게 ‘통 큰’ 기부를 한 데 대한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이 창업주는 최근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6개 마을 280여 가구 주민들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2600만~9000만 원까지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거주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기 동창들에게는 최대 1억 원을 지급했고 친척들과 군 동기, 마을 사람들에게도 5000만 원 안팎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지역 주민들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창업주가 살아오면서 인연이 됐던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다는 말씀을 했다”며 “남몰래 기부하려고 했던 부분인데 의도치 않게 알려져 당황스러워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특히 이 창업주가 마을 주민들이 고향을 지켜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부영 측의 전언이다. 이 창업주는 ‘마을에서 큰 부자가 나도 정작 해당 지역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씻고 싶었다는 생각도 측근에게 전했다. 그는 평소에도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고향 발전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운평리 죽동마을에서 출생해 서면 동산초, 순천중을 졸업했다. 이후 상경해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창업주는 평소 고향 발전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순천에 부영초 건립 등 다양한 교육 기부 활동을 진행해왔다.
대개 총수의 기부 활동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알려지는데 회사 내부에서도 이 회장의 기부 활동을 전혀 몰랐다. 부영에 따르면 그동안 이 회장이 조용히 개인적으로 기부한 현금만 약 150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부터 순천 지역 7500여 가구에 전달한 선물 세트, 공구 세트, 역사책 등 기부한 물품까지 더하면 총 2500억 원에 이른다.
이달 초 9020만 원을 받은 A 마을 이장은 “지난해 말 이 창업주 측에서 마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파악했다”며 “오랫동안 고향을 지켜준 데 대한 고마움과 농촌의 힘든 여건을 잘 이겨내라는 의미로 마을 사람들에게 큰돈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운평리 마을 사람들은 많든 적든 다 돈을 받아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들떠 있다”고 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운평리 사람들은 이 창업주에 대한 공적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신들이 받은 금액의 1%를 성금으로 냈다.
운평리 당천마을에 거주하는 장찬모(82) 공적비 건립추진위원장은 “우리가 이 창업주를 도와준 일도 없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니까 꿈을 꾸는 것 같고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극찬하고 있다”며 “이 창업주가 이번 일을 알리지 말고 공적비도 세우지 말라고 하시는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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