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10개월가량 앞두고 유권자들 사이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론’이 거세다. 설문조사 결과 유권자 2명 중 1명이 지역구 국회의원 교체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국회의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명 중 1명에 그쳤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아성인 영남·서남권에서 “새 인물을 뽑겠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겨 기성 정당의 쇄신 공천 및 신당 창당에 표심이 실릴지 주목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26~27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거주 중인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는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현 국회의원의 당선을 지지하는 의견은 28.6%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의 텃밭에서도 신인 선호도가 뚜렷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전라와 제주에서 현역 의원 교체론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은 각각 58.5%와 75.0%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기반 지역인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절반 이상(각각 57.3%, 56%)이 의원 물갈이 의견을 냈다.
정치적 성향으로 응답자를 분석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48.3%)보다 민주당 지지층(53.6%)에서 ‘물갈이’ 여론이 거셌다.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 기조도 뚜렷하게 감지됐다. ‘국회의원 총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64.6%로 현상 유지(24.5%)를 원하는 응답의 2배를 웃돌았다.
정치권에서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제3지대 신당’에 대해서는 부정(50.9%) 의견이 절반을 넘었으나 긍정(43%)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47.3%)이 국민의힘 지지층(35.4%)보다 제3당을 선호해 국회 다수당 지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과거 선거철을 앞두고 만들어진 정당들이 대체로 단명했던 전례를 감안한 신당회의론이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기성 정당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민심의 복잡한 기류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중도층은 항상 제3의 정당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과거 국민의당이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며 “지금은 보수·진보의 간격이 허물어져 중도 정당이 없는 상태인데 최근에는 진보 진영의 신당 창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은 서울경제가 내년 4·10총선을 겨냥해 실시하는 정례 여론조사의 1차 설문 결과다. 본지는 앞으로 연말까지 격월로, 내년에는 1~3월에 매월 설문을 통해 총선 관련 민심과 주요 정책, 정치, 민생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진단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