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분야를 담당할 정부 조직 구성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4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예정대로 올해 말 개청하려면 이달 말까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은 공무원이 연구개발(R&D)과 실무형 행정을 겸하는 과기부 외청 형태다. 부처 간 업무 조정력 제고를 위해 범부처 협의체인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현재의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안은 그러나 여야가 국회 일정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 여야가 국회 일정을 합의하더라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우주 전담 조직의 형태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승래 의원이 ‘우주개발진흥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고 김민석 의원이 ‘국가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제정)’을 대체 입법 형태로 제안했다. 조 의원의 개정안은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우주전략본부와 사무국을 두는 방안이다. 비상설 심의 및 협의기구인 우주위원회의 상시 지원 조직을 두는 형태로 본부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되 장관급으로 격상해 부처 간 정책 조정 능력을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의 제정안은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직속으로 둬 실행력과 부처 간 정책 조정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제상 우주항공차장·우주국방차장을 명문화해 국방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다. 이 안은 미국·일본·인도 등 주요 우주선진국들처럼 범국가 차원에서 인공위성·발사체·미사일 등 민간과 국방 간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민군겸용기술(dual-use technology)을 적극 이용해 국가 재정의 효율성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즉 대규모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우주기술 개발사업에 대해 민간 부처와 국방 부처가 각각 독립적으로 투자해 발생하는 중복 문제를 최소화하고 기술·설비·인력·제품 상호 간 시너지는 극대화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정부안은 거버넌스 구조 및 기능이 지나치게 우주·R&D 및 탐사 중심이라는 점이 아쉽다. 정부안은 우주개발이 중심이 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한국판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항공 산업의 매출액은 우주산업의 8.2배, 고용은 5.4배에 각각 달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FA-50 경전투기는 앞으로 10년간 미국에 500대를 포함해 1300여 대의 수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20~30년 후에는 현재의 주력산업을 대체할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다. 따라서 항공·우주 전담 조직은 항공이 중심이 돼 이끌고 우주가 따라가는 형식이 돼야 한다.
항공·우주 관련 특별법이 이달 중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담 조직의 연내 출범은 어렵다. 전담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은 없다. 정부안을 기본으로 하되 야당안이 추구하는 범부처 조정 능력 강화 내용을 수렴하는 것도 방법이다. 야당안을 수렴하는 데 시간·절차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대통령실에 민군통합형 ‘항공우주비서관’ 직제를 신설해 해결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