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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아이들 걱정에 자수 미뤄"…'냉장고 영아시신' 친모 편지 공개

"생활고·산후우울증에 방황…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씻는 법, 밥하는 법 등 알려주려고 시간 벌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으로 구속된 30대 친모의 편지가 공개됐다.

29일 중앙일보는 사건 피의자인 고모씨(34)가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전한 편지 내용을 보도했다.

고씨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 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고씨는 "(아기들이) 매일 매일 생각났다.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하고 이런 것들을 알려줄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여러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방치해 먼저 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아이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과도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달라”며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앞서 고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사는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3명의 자녀(12살 딸·10살 아들·8살 딸)를 두고 있는 고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 부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의 어린이집 원비 500만 원 이상을 납부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2018년과 2019년 살해한 아이들을 낳을 때 미리 아껴둔 보건복지부의 임신출산진료비 지원 바우처(임신 1회당 100만원)를 사용해 산부인과 입·퇴원 비용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과 수원지검은 최근 고 씨에게 영아살해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씨가 분만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해 범행한 점, 2년 연속으로 생후 하루 된 자녀를 잇달아 살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영아살해 혐의 적용은 가볍다는 것이다.

고 씨의 변호인인 유형빈 변호사는 매체에 "영아 살해 사건은 보통 사람들이 느껴보지 못한 극도의 흥분 상태, 수치심, 압박감이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고 씨가 남편에게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고, 베이비박스에 두고 오면 유기죄로 처벌받을까 두려워 결국 해선 안 될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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