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28일(현지 시간) 대(對)중국 견제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의 호전적 대외 정책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근 냉각된 미중 관계가 ‘갈등’이 아닌 ‘경쟁’에 그쳐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안보 부문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13차 연례 남중국해 콘퍼런스에서 “크든 작든 모든 국가가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하며 큰 국가들이 작은 국가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며 대만·베트남·필리핀 등 남중국해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비판했다. 그는 또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만든다는 미국의 가장 큰 구상의 한 부분”이라며 “모든 국가가 타국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주권을 행사하고 국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행위 등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중국 군함이 베트남 EEZ 내 자원 개발을 방해하고 자국 자원 개발 기업과 계약하도록 압박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역내 국가의 해양 군사력 강화를 지원하고 국제 해역을 순찰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등을 지속하겠다는 약속도 이뤄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중국의 부상에 맞서는 ‘새로운 집합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히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은 총체적 난국에 맞서 다른 핵심 국가들과 함께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유럽 및 아시아의 핵심 동맹들과 중국이라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집합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실질적인 대중국 정책의 목표가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공존’이라고 강조하는 등 양국 관계가 경쟁을 넘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2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관계를 핵심 안건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EU이사회 공지에 따르면 각국 정상은 30일 대중 관계를 주제로 한 ‘전략적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올해 새로운 대중 전략으로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천명한 후에도 회원국 간 이견이 발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