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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3만 영령이 쓰게 한 작품"

◆'제주도우다' 현기영 작가 간담

생존자 관점서 제주 비극 다뤄

수난 최대한 억제…로맨스도 넣어

현기영 작가가 20일 ‘제주도우다’ 출간 간담회에서 책을 바라보고 있다.




“4·3 영령들이 제게 쓰라고 했어요. 이들 3만 원혼에게 바치는 ‘공물’입니다. (책이 나왔으니) 이제 4·3 얘기는 그만 할 겁니다.”

29일 제주 출신의 원로작가 현기영(83)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신작 장편 소설 ‘제주도우다’(창비)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4·3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근현대사를 4·3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안창세’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현 작가는 앞서 군사정권의 압력이 시퍼렇던 시절 ‘순이 삼촌’(1978)을 써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바 있다. 이후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기도 했다.

“‘순이 삼촌’ 등 (4·3에 관한) 중단편 세 편을 썼고 이거면 이제 됐다 싶었는데, 누군가에게 고문당하는 똑같은 꿈을 계속 꿨어요. 그런데 나를 고문하는 주체가 누구냐 하면 4·3 영령이에요. ‘네가 뭘 했다고 4·3에서 벗어나려 하느냐’면서. 그때부터 4 ·3을 제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제주도우다’가 ‘순이 삼촌’ 등 과거의 작품과 다른 점으로 작가는 제주인들의 수난을 최대한 억제하고 로맨스도 넣고 낭만적 감성도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4·3은 대수난이고 대참사죠. 너무 참혹해서 그대로 묘사할 수가 없어요. 제가 고심해서 탐구하듯 쓴 이 작품을 독자들도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현기영 작가가 20일 ‘제주도우다’ 출간 간담회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소설 제목 ‘제주도우다’는 38선이 그어지고 일본에서 제주도로 귀향민이 들어올 때 미군이 ‘남과 북 중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었는데 제주인들이 ‘남도 북도 아닌 제주도로 가겠다’고 한 것에서 따왔다. ‘제주도우다’는 제주 방언으로 ‘제주도입니다’라는 뜻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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