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일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인 2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양산 계획을 공개하며 반도체 기술 전쟁에서 선제 공세를 펼쳤다. 차세대 초미세기술인 2나노 공정을 2025년 모바일에 이어 2026년 고성능컴퓨팅(HPC), 2027년에는 차량용 제품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2나노를 뛰어넘는 1.4나노 공정에 돌입한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2나노 공정은 인공지능(AI) 발달과 함께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면서 해외 경쟁사들도 사활을 거는 분야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는 2025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후발 주자인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도 각각 2024년과 2025년 2나노 공정에 뛰어들어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세계 제조 강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치열한 레이스에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까지 더해져 반도체 기술 경쟁은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대로 ‘산업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K반도체가 초미세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지 여부가 2년 뒤에 판가름나는 셈이다.
반도체는 수십 년 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핵심 산업이자 경제안보의 보루이고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다. 미래 기술 패권을 좌우할 ‘꿈의 양자기술’ 경쟁력의 발판이 되는 것도 반도체 공정이다. 이렇듯 국가 경제의 명운이 달린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려면 개별 기업의 힘 만으로는 어렵다. 기업이 초격차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과감히 투자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규제 혁파와 금융 지원에 앞장서고, 학계와 연구 기관의 최고급 연구 인력이 기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신설하는 ‘국가 반도체 연구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나노 단위로 펼쳐지는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신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글로벌 경쟁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앞서가기 위해서는 산학연정(産學硏政)이 ‘원팀’이 돼 전방위로 총력전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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