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도지구를 대폭 완화겠다고 밝힌 것은 주요 경관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이 규제로 낙후된 지역의 환경 개선 역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도지구가 1970~1990년대에 결정된 만큼 도시계획 제도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데다 주변 지역과의 주거 환경이나 개발 격차가 심화되는 등의 문제도 꾸준히 발생한 탓이다. 여기에 규제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30일 고도지구를 대폭 개편하는 내용의 ‘신고도지구구상(안)’을 마련하고 7월 6일부터 20일까지 열람 공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의 이번 발표로 서여의도와 남산·북한산 일대의 건물 높이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스카이라인에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는 △국회의사당 △남산 △북한산 △경복궁 △구기·평창 △서초동 법원단지 △오류 △배봉산 등 8개소를 고도지구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 들어서는 건물의 높이를 규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도봉구 덕성여대 차미리사기념관 옥상에서 북한산 주변 주민들을 만나 애로 사항을 청취한 뒤 “그동안 일률적으로 규제가 시행되는 바람에 굳이 규제를 하지 않아도 될 지역까지 규제 대상이 된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 그런 지역을 선별해냈다”며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되 지나치게 규제가 된 부분을 이번에 푼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같이한 시 관계자 역시 “고도제한이 과도하게 이뤄져 시민들이 재산상 불이익을 봤다”며 “이런 불이익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구 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국회의사당 주변은 현재 해발 55m, 65m 이하(건물 높이 41m, 51m 이하)에서 75m, 120m, 170m 이하로 완화되며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시는 국회의사당의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주변의 고도지구는 유지하면서도 350m 이상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된 동여의도의 스카이라인과 연계할 수 있도록 여의도공원에 인접할수록 건물 높이가 점층적으로 높아지게 했다. 앞서 시는 여의도를 국제디지털금융지구로 바꾸기 위해 현재 한국거래소 등이 자리한 여의도역 주변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고 기준 높이를 350m로 정해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여의도 금융 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북한산 주변은 20m 이하에서 28m로 완화하고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시에는 최대 15층(45m)까지 허용한다. 다만 북한산으로의 열린 경관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북한산 통경축 확보와 북한산 방향 주요 가로변 저층 배치 및 건축물 후퇴 구간 설정 등과 같은 경관 관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현재 12m, 20m 이하인 남산 주변은 40m 이하로 높아지며 약수역 일대는 기존 20m에서 지형 차에 따라 32~40m까지 허용된다.
이 밖에도 현재 20m 이하인 구기·평창은 지형의 높이 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대 8m까지 높아질 수 있다. 경복궁 주변 지역은 중요 문화재의 경관 보호를 위한 고도제한의 목적이 명확한 만큼 일부 중복 규제 지역에 대한 지구 조정(0.19㎢)만 단행하며 현행 높이 규제를 유지한다.
아예 지구 해제가 이뤄진 곳도 있다. 1990년 서울시와 부천시 경계부의 도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 오류는 해당 일대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되고 부천 지역은 해제되는 등 지정 목적이 상실된 만큼 고도지구에서 빠졌다. 서초구 법원단지 주변은 지방법원과 검찰청이 국가 중요 시설이 아님에도 높이를 제한해 도시 관리의 일관성이 결여된 데다 강남 도심 내 효율적 토지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돼 고도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서초로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한다.
이번 조치로 강북구와 도봉구·용산구 등의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북구의 경우 삼양동과 수유1동, 우이동, 인수동 등이, 도봉구의 경우 도봉1동, 방학2·3동, 쌍문1동 일대가 고도지구에 해당돼 개발에 제약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용산구에서는 후암동과 용산동2가, 이태원동, 한남동이 고도지구로 지정된 상태인데 이번 개편안으로 후암동과 용산동2가, 이태원2동 일부의 높이제한이 완화됐다. 용산구는 “동후암동은 고도지구 지정으로 인해 개발 의욕이 상실되고 점점 낙후되는 반면 도로 건너편의 서후암동은 지구단위계획에서 최고 높이 100m 이하로 재정비 용역을 추진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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