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나란히 발표된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4개국)의 물가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각 중앙은행들이 목표치로 삼는 2%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라 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기준 3.8%, 전월대비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에 각각 4.3%, 0.4%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한 수치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6%, 전월대비 0.3%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이 취합한 시장 전망치인 전년동월대비 4.7%, 전월대비 0.3%와 비슷한 수치다.
PCE 물가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을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돈다”고 지적했다.
연준 위원들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안에 적어도 두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달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7%로 꼽는다. 추가 인상에 찬성하지 않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내년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5%로 전월의 6.1%에서 다소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서 취합한 시장 전망치인 5.6%보다 살짝 낮은 수치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의 6.8%에서 6.6%로 소폭 하락했다. 프레데릭 두크로제 픽테자산운용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경직적이지만 모멘텀은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로 삼는 2%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로, 7월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재차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수준이다. 울리히 카스텐스 DWS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핵심 물가지수가 향후 몇 달 동안 5%를 웃돌 것으로 보이며, 이는 ECB의 추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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