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개발처장을 알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정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 측과 검찰은 연이은 증인 신문에서 해외 출장·직접 보고부터 선거 당시 호칭 등까지 사안을 두고 격돌 중이다. 특히 이 대표가 법정에서 직접 증인을 신문하면서 양측 사이 ‘진실게임’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전 성남시 예산법무과·재정경제부 과장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이 대표가 지난 2015년 1월 호주 출장을 떠나기 앞서 해당 계획을 수립한 인물이다. 자연히 질문의 핵심은 애초 계획과 달리 출장 참석자가 한달 전 돌연 이모씨에서 김 전 처장으로 바뀐 사실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보고받았는지 등에 집중됐다.
A씨는 출당 명단을 다시 받은 건 누구 지시에 의한 것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시장 비서실에서 지시를 받았다”며 “이 대표가 지시한 것인진 모르겠으나,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우리한테 지시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출장 참석자 중 팀장급 인사가 바뀌었다는 점이 시장에게 새로 보고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라는 이 대표 변호인 측 질문에는 “시장을 모시고 가는 공무 국외여행의 참석자가 바뀌면 통상적으로 보고한다”며 “대상자 명단이 변경되면 (제가) 하다못해 쪽지 보고라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만약 그런 식으로 보고했다면 그 문서가 성남시에 남아 있어야 정상 아닌가”라고 묻자 A씨는 “업무보고는 보존 연한이 1~3년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가 직접 A씨에 대한 신문에 나서면서 질의 핵심은 출장 일정 사전 공유·직접 보고 등으로 확대됐다. 재판부로부터 직접 신문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출장) 일정이 비밀일 수가 있으냐”고 질의했다. 이에 A씨는 “시장님(이 대표)께서 결재하는 과정에서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자, A씨는 “(제가) 그렇게 지시를 받았고 그래서 실무자들한테 보안 유지하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고 체계가 변경할 것을 두고도 충돌했다. A씨는 본인이 공사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부서장 시절에는 예산법무과를 거쳐 시장에게 보고했으나, 유 본부장이 선임된 2010년 10월부터는 시장실에 직보하는 체계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공단 실무자들에게 ‘왜 예산법무과를 배제하고 업무처리를 하느냐,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뀐 보고체계가 부적절하다고 이 대표에게 직접 항의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질의에는 “그렇게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A씨에게 “예산법무과를 제치고 직접 보고하면 그 결과를 다시 예산법무봐에 지시해야 할 텐데 번잡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시청 산하기관은 독립 경영이 원칙인데 예산지원과에 보고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로 시장실에 직보했다고 추측하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묻자, A씨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 대표의 직접 발언은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등이 증인으로 나선 앞선 6일 공판에서도 이뤄졌다. 재판 당시 정 변호사는 ‘2017년 6월 12일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 이익 관련 보고를 할 때 민 전 처장이 동행했으냐’는 이 대대표 측 질문에 “(김 전 처장도) 계셨다. (이 대표가) 보고서에 직접 동그라미를 쳐 주셨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발언권을 얻어 “증인은 이미 배당을 현금으로 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제가 굳이 물렀다는 거냐”, “증인과 토론할 일이 아닌데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변호사가 “시장님(이 대표)께 결재받은 것 세개를 들고 들어갔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처음에는) 비서실 갖다줬다고 했지 않나. 아까 얘기하고 다른 게 맞죠”라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에 대한 신문에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2010년 당시 호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측 변호인이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어떻게 호칭했으냐’고 질문하자 “그 때 이재명 변호사라고 호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유 본부장을 향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을 시작하며 ‘후보’라고 지칭하지 않느냐”며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 선고운동을 하던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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