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하얀 전쟁’ 등을 쓴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사진) 씨가 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4년부터 영자 신문 ‘코리아헤럴드’의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코리아타임스’에 ‘베트남 삽화(Viet Vignette)’를 연재하면서 베트남과 미국 신문·잡지에도 기고했다.
이후 베트남전 경험을 바탕으로 1985년 계간 ‘실천문학’에 ‘전쟁과 도시(하얀 전쟁)’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등 24권의 소설과 다양한 수필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하얀 전쟁’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전후에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다룬 소설로, 작가 자신이 영어로 직접 다시 써서 미국에서 ‘화이트 배지(White Badge)’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번역가로도 왕성히 활동한 고인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문학사상’에 번역 연재한 뒤로 지금까지 약 130권에 달하는 번역서를 펴냈다. 특히 올해 4월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베트남전쟁을 다룬 장편소설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박광자(충남대 명예교수) 씨와 딸 미란·소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은평성모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3일 오전 5시다. (02)2030-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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