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정몽헌 회장 20주기에 맞춰 추진하는 방북 계획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남한 인사의 방북 추진에 대해 북한 외무성이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현 회장 측이 정부에 대북 접촉 신고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검토해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대그룹 회장 측이 금강산관광지구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 지역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괴뢰 당국에 제출했다고 한다”며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현 회장 측은 지난달 27일 방북을 위해 북측과 접촉하려 한다며 통일부에 대북 접촉 신고를 제출했다. 현 회장 측은 정몽헌 회장 2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에 방문하고자 아태평화위원회와 접촉할 계획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현 회장의 대북 접촉 신고를 수리하기도 전에 북측이 먼저 거부 입장을 보인 것은 정부 차원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의 남북 소통마저 끊겠다는 대남 압박 전술로 풀이된다. 북한이 통일전선부 등 대남 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이번 입장을 발표한 것도 남북 문제를 민족 간 문제로 다루지 않겠다는 강경 방침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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