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미국 무역대표부(USTR) 사라 비앙키(Sarah Bianchi) 부대표가 방한해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돌아 갔다. 미 통상당국의 고위 인사가 배터리 핵심광물 관련하여 소통 행보에 나선 것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니켈, 리튬과 같은 배터리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 없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약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핵심광물 공급망은 미국에서도 자동차 전동화와 배터리산업 육성의 아킬레스건과 같기 때문에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 니켈 등은 중국이 아닌 호주, 인도네시아와 같은 자원보유국에서 생산,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핵심광물의 제련, 가공은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기업들이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지역의 해외 광산과 제련공장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이 값싼 전기료, 낮은 노동.환경규제를 활용하여 핵심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중국 의존도는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온쇼어링(on-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과 같은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보다 더 가속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 핵심광물 내재화 투자, 즉 온쇼링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 완화와 미 IRA 대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중국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온쇼링 공급망 투자의 경우, 미국과 같이 국내외 기업 투자를 차별없이 지원하는 법체계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호주 등 자원보유 국가에 현지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중국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이는 미 IRA의 FTA 체결국 인정국가를 확대하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프렌드쇼어링 국가가 많을 수록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이 용이하고, 미국의 전기차 전동화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는 현실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아웃리치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병행하여 배터리 공급망의 공정경쟁(a level playing field)을 위한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핵심광물의 채굴, 처리.가공 기업에게 선진국 기업에 준하는 인권·노동·환경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공정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위반기업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규범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통상당국이 책임있는(responsible) 핵심광물 공급망에 관한 국제연대 방안을 미국, EU, 일본 등과 적극 협의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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