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10번 홀(파5)에서 237야드 남기고 친 세컨드 샷이 핀 3.5m 거리에 붙었다.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뒤 공동 3위에서 단독 선두로 뛰어오른 고지우(21·삼천리)가 역전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연출한 순간이다.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답게 이후에도 거침없이 타수를 줄이며 리더보드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킨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2년 차 시즌에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고지우는 2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G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 원)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고지우는 공동 2위 안선주와 이제영(이상 11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1억 4400만 원을 획득한 그는 상금 순위도 29위에서 12위(2억 9845만 원)로 크게 끌어 올렸다.
제주 출신 고지우는 KLPGA 투어에 데뷔한 지난해엔 신인상을 수상한 이예원(20)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롯데 오픈에서 4위에 올랐고 이어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도 5위를 기록하는 등 톱 10에 여섯 차례 진입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무기 하나는 확실했다.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버디 사냥 능력이다. 여기에 한 번 흐름을 타면 쉴 새 없이 버디를 몰아쳐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시즌에는 336개의 버디를 잡아내 유해란(22)과 함께 최다 버디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홀당 평균 버디는 2위(3.77개)였다. 올해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도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로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른 끝에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준우승 이후 8개 대회에서 네 차례나 컷 오프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부진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난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6위에 올라 반등에 성공한 고지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첫날 공동 17위로 출발한 뒤 둘째 날은 선두 송가은을 4타 차(6위)로 추격했는데, 이날은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쳤다.
1번 홀(파4)부터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고지우는 3번(파5)과 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5번 홀(파4)에서 2m 안쪽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이날 첫 보기를 범하기도 했으나 8번 홀(파5) 버디로 만회했다.
공동 선두인 송가은과 이제영을 1타 차로 추격하던 고지우는 10번 홀에서 이글을 터뜨려 단숨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에는 신들린 퍼트 감이 빛났다. 13번 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5번 홀(파4)에서는 10m 버디 퍼트를 떨궈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남은 3개 홀을 파 세이브해내 3타 차 우승을 확정 지은 고지우는 “샷에 자신감을 갖고 지난주부터 마음을 내려놓고 쳤다”며 “첫 우승을 했는데 믿기지 않는다. 떨리지만 기분은 좋다”고 했다. 그는 고지원(19)과 KLPGA 투어에서 ‘자매 골퍼’로 활동하고 있다.
단독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제영은 2타를 줄이는데 그쳐 준우승하며 생애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고, 베테랑 안선주는 3타를 줄여 전날 3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1, 2라운드 연속 선두를 달린 송가은은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4위(10언더파)로 밀려났다. 2016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이소영은 공동 5위(9언더파), 디펜딩 챔피언 임진희는 김민별, 황유민 등과 함께 공동 8위(8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박현경과 성유진 등은 공동 1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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