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미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9일 전력예비율은 13.8%까지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7~8월 중 마지노선인 전력예비율 10%의 벽이 무너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조업 기반의 무역 국가이자 우수한 에너지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 사태를 또 겪게 된다면 경제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파동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밀어붙이기와 에너지 과소비 구조에서 비롯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인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전 세계 7위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산출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량을 의미하는 에너지 원단위를 보면 한국은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6월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친환경’ 정책을 내세워 무역 장벽을 쌓고 있으므로 에너지 과소비 구조는 향후 수출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바꾸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기업과 국민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 또 전기 등 에너지 가격 현실화로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에너지를 펑펑 쓰는 문화를 타파할 수 있다. 단계적인 전기료 현실화와 구조 조정을 함께 추진해야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문제를 점차 해결해갈 수 있다. 서울 명동·홍대 일대의 상당수 매장들이 ‘개문 냉방’을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전기료를 현실화하면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구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 시대에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