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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빚내서 빚 갚는 취약차주 급증, ‘개미구멍’ 점검해 리스크 막아야


고금리 속에 취약 차주의 빚이 급증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 대출 현황’에 따르면 1분기 말 취약 차주의 대출 잔액은 94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93조 6000억 원)에 비해 1조 2000억 원 늘었다. 취약 차주 1인당 대출 잔액은 7495만 원에서 7582만 원으로 증가했다. 취약 차주는 3곳 이상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대출자를 뜻한다. 지난 1년간 취약 차주 상당수가 오른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을 반복했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취약 차주의 가계 대출 증가세가 가계 대출 전체 잔액이 줄어든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이다. 가계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1845조 3000억 원으로 1년 전(1869조 7000억 원)보다 줄었지만 가계 대출 연체율은 0.7%로 1년 전(0.5%)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취약 차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금융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연간 소득을 다 써도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 대출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은이 가계 대출을 받은 1977만 명의 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분석한 결과 DSR 100% 이상 대출자가 175만 명에 이르렀다.

‘빚 내서 빚 갚는’ 취약 차주 급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금리 급변동 상황에서는 당장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돌발 악재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같은 재난을 맞을 수도 있다. 더구나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도하게 증가한 가계 부채는 소비 여력을 제약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금융 부실을 키울 수 있다. 또 조그만 개미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취약 차주를 점검해야 한다. 금융 부실의 작은 뇌관도 무시하지 말고 예측 가능한 모든 위험에 대비해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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