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의 교비 횡령 비리가 적발돼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을 거부당한 서울미술고등학교 설립자 일가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업무상횡령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정수 전 서울미술고 교장에게 지난달 27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교장의 남편으로 서울미술고를 소유한 학교재단 한흥학원의 이사를 지낸 A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서울미술고의 방과후학교 운영을 총괄한 딸 B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미술고는 2012년 A씨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의 한 건물 지하 1층 창고를 사료관으로 쓴다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5년여간 임차료로 1억390만원, 각종 공사비로 247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중고 가구와 가전제품 등이 보관됐고 사료를 확인하러 방문한 학생이나 교직원은 없었다.
서울미술고는 또 2016년 한흥학원이 소유한 서울 관악구의 한 건물 1층을 학교 산하 연구시설로 꾸민다며 임차료·보증금·공사비·집기류 등에 6900만원을 지출했다. 또 이곳에서 일할 직원을 고용해 급여로 2570만원도 지급했다. A씨는 이곳에서 자신의 개인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서울미술고에서 일하며 법인카드로 마트·백화점·카페·주유소 등에서 516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 부부와 B씨에 대해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아들 C씨(기소유예)의 영농조합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김치 약 7톤을 비롯한 식자재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신고 없이 서울미술고에 납품하도록 지시해 관련 규제를 위반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 측은 “사료관과 연구시설이 적법하게 운영됐고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문제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소명하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 지도부로서 누구보다도 진실하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오히려 조직적으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면서 “행정소송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에 대해선 "수사·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태도 등을 고려하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는 없어 보이므로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선고 당일 항소했다.
김씨는 1971년 서울미술고의 전신인 한흥공예기술학교를 설립하고 1984년 4월부터 30년간 교장을 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