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 하지만 이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물 시장에서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섣부른 수출 통제 조치가 서방 진영의 ‘탈중국’을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앞서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단행한 것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 진영의 노력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광물 가격 등이 오를 경우 미국·일본·캐나다 등에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시장 환경도 조성된다. 총자이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초반에는 시장과 기업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애나 애슈턴 등 연구진 역시 “수출 통제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이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다른 국가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이는 중국의 시장 지위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당시 호주와 미국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0년 98%에서 2022년 78%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갈륨과 게르마늄은 중국이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어 독점적 지위를 가졌으나 희소한 자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스트랜드컨설트의 존 스트랜드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석탄 채굴 과정의 부산물 등 다른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며 “중국이 반도체 수입 제한으로 겪는 고통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조치 이후 전 세계는 파급 효과를 주시하며 광물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만약 이 조치가 리튬 등으로 확산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에너지 등 분야에서 생산 주권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역시 반도체 등 주요 산업 핵심 원료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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